봄이 왔다!
손가락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이 부드럽다.
<봄이와>를 들으며 걸으면 기분이 봄아지랭이 마냥 간지럽게 들뜬다.
이제 곧 목련도 꽃망울을 틔우고
입구역 넘어가는 길에 개나리가 흘러내리고
관악산 공원과 학교에 벚꽃이 터지겠구나.
바람 불면 솔솔 풍겨오는
수수꽃다리-라일락-의 향기도...
꽃들이 필때면 항상 시험기간이 시작되서
부족한 잠에 헤롱대며 그꽃들을 바라봤었는데.
그래서일까?
봄꽃들을 생각하면
몽롱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건.
오늘은 김훈선생님의 책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봄꽃 이야기를 읽고 싶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을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올해 봄은 여유롭게 꽃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올해 봄엔 꼭 벚꽃 가득핀 관악산 공원을 걷고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도 가야지.
바빠도, 바빠지더라도
매년 놓치고 후회하지 말고 올해는 꼭.
+ 글이 또 의식의 흐름 기법을 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