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디로그

도무지. 이렇게 일기같은 글을 써서는 글실력 따위 하나도 늘지 않을 것 같다.

힘든 일과 맞닥드렸을 때 요행을 바라고 쉽게 넘기려 하면 당장은 맘이 홀가분할지 몰라도

내게 남는것도 홀가분한 마음 만큼이나 가벼워진다.
힘든 일은 피하는게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이 배우고 점점 성장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 작년보다 더 나은 나를 보고싶다.

필리핀의 열대우림 속 동굴에서 살아가는 부족은

하루에 참새 다섯마리를 사냥하고도 기뻐하고

20여명의 부족이 모두 골고루 나눠먹는다.

나무를 타다 살갗이 벗겨진 아이의 상처에

천연 항생제를 발라주며

하늘이, 자연이 주신 치료제에 감사하는 부족장.

이런 부족 안에서 커가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열대우림으로 놀러가

함께 나눠먹기위한 야자를 딱 한두개 씩만 딴다.

행복은 물질의 풍요로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새삼 느끼게 해준 필리핀의 부족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봄이 왔다!

손가락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이 부드럽다.

<봄이와>를 들으며 걸으면 기분이 봄아지랭이 마냥 간지럽게 들뜬다.

이제 곧 목련도 꽃망울을 틔우고

입구역 넘어가는 길에 개나리가 흘러내리고

관악산 공원과 학교에 벚꽃이 터지겠구나.

바람 불면 솔솔 풍겨오는

수수꽃다리-라일락-의 향기도...

꽃들이 필때면 항상 시험기간이 시작되서

부족한 잠에 헤롱대며 그꽃들을 바라봤었는데.

그래서일까?

봄꽃들을 생각하면

몽롱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건.

오늘은 김훈선생님의 책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봄꽃 이야기를 읽고 싶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 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을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올해 봄은 여유롭게 꽃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올해 봄엔 꼭 벚꽃 가득핀 관악산 공원을 걷고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도 가야지.

바빠도, 바빠지더라도

매년 놓치고 후회하지 말고 올해는 꼭.

+ 글이 또 의식의 흐름 기법을 타고 말았다.

내가 편함을 느끼는 글만 써온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쓰고 문장 하나의 무게를 느끼지 않고 쓰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까 생각하지 않고 쓰고 글의 구조를 생각하지 않고 쓰고.

말마따나 '순간의 기지'나 '요행'을 바라고 써온 글들이 아니었을까.

글을 쓰는 작업이 내겐 무척이나 어렵다. 그래서 부담감을 떨쳐 버리고자 쉽게쉽게 글을 쓰려 했다. 퇴고 안하고 글의 짜임 안보고 그냥 손 가는대로 쓰면 글 쓸때마다 오는 마음의 부담이 덜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계속 써 버릇 하면 글은 늘지 않는다. 매번 힘겹게 고생해가며 써야 발전이 있다.

당연한 사실인데 무시했었다.

이제 더 이상 무시하면 안되겠다.

난 글을 잘 쓰고 싶다. 나쁜 습관을 이겨내고 싶다.

새얼문예 시상식 날.

시부문 2등상을 타고 우쭐해 있던 내게

한 연사의 축사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지금 여러분들은 매우 큰 상을 탔습니다. 어린 여러분에게 이토록 큰 상은 축복이자, 벌 입니다. 지금 이 순간 이후로 여러분은 정말 훌륭한 작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의 상이 여러분을 그 자리에 주저앉힐지도 모릅니다. 난 축사에서 이러한 우려의 말을 남기며 여러분에게 경고하고자 합니다."

'뭐 저런 축사가 있어.'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근데 신기한 것은 그날 이후로 글을 쓸 때면 글 쓰기의 부담감과 함께 그 연사가 한 말의 무게가 함께 느껴지는 것이었다. 글쓰기가 더 힘들어졌다. 지독한 징크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묵직한 기분은 글을 쓸 때마다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핑계다. 이제 알겠다.

난 글쓰기의 어려움과 부담감의 원인을 그 축사 탓으로 돌리며 어려움을 이겨내려 하지 않고 피하려고 했다.

이젠 어려움과 부담감을 직시하고 싶다.

글을 갈고닦아서, 잘 읽히는 정도가 아니라 독자를 유혹하는 글을 쓰고 싶다.

잘 쓰고 싶다.

30년도 안되는 내 인생은 내 나이보다 두 배 더 긴 인생을 살아오신 부모님에 비하면, 인생 길었다고 하기엔 한참 부끄럽다. 

이런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를 꼽을 수 있을까?

매번 실패를 겪을 때마다 인생 끝난 것 마냥 괴로워하기는 했다.

날 왕따시키던 친구와 결국 친해지지 못했을 때

친하던 친구와 절교했을 때

과고에 떨어졌을 때

조기졸업에 실패했을 때

삼촌의 마지막을 보지 않았을 때

수능이 망했을 때

수시에 떨어졌을 때

전과에 실패했을 때

...

밤새 공부했는데 시험지를 받자 머리속이 하얘졌을 때

한달동안 밤새어가며 만든 로켓이 그자리에서 폭발했을 때

다이어트를 결심하고는 며칠 지나지 않아 야식의 유혹에 빠져 실패할 때와

회사에서 지방발령이 났을 때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겠다는 결심이 깨졌을 때

오늘 밤에는 부모님께 전화하겠다고 마음먹었다가 결국 못했을 때 까지도 실패로 친다면

내 인생은 실패가 모여서 이루어진 것 같다.

당시엔 인생 끝난 것 마냥 괴롭던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그라들고

몇 년 지나 생각해 보면 그게 과연 실패였을까, 오히려 내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지는 걸.

아직 인생을 더 살아보지 않아서 '가장' 큰 실패는 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인생은 이렇게 따끔따끔한 자잘한 실패들이 이어지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오늘 미사에서 신부님께서 너무나 공감가는 이야기를 하셨다.

내일 당장 시험이라면 오늘 저녁에 해야할 일은 벼락치기 공부일 것이고

내일인줄 알고 밤새 공부했는데 다음날 시험이 한 달 밀려난 것을 알게 되면 아싸, 하고 그날 바로 놀러갈 것이며

다시 한 달 후 시험전날 밤을 샐 것이다...

사실 한 달 후로 시험이 밀려났더라도 매일매일 시험공부를 했다면 벼락치기는 필요 없었을 텐데.

그 당연한 진리를 난 자주 잊어버린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쓰는 것이라고 한다.

한달이 몇십번은 더 있어야 할 먼 미래일 수 있겠지만

내 이야기를 풀어낼 그 날에

사람들의 마음을 더 울리려면 지금부터 조금씩 내 실력을 다듬어가야 하지 않을까.

벼락치기는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글을 쓰겠다.

고 다짐하지만 분명,

하루 쯤 거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마음을 다 잡고 다시 글을 써야지.

매일 적어도 300자 정도의 글을 쓰겠다.

고통스러웠던 작문노트에서 조금 부담감을 덜기 위해 '잡'문 노트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