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요즘 내 가장 큰 고민거리.

이 고민의 시작은 그저 작은 거였다. 왜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여유도 없이 살까?

 

내가 밤 10시 셔틀을 타고 집에 가도 한참 더 늦게야 집에 오는 신랑

주말에는 지쳐 뭘 보러 가고 어딜 놀러가기보단 그냥 푹 잠이나 잤으면 하는 생각에 아무것도 못하는 지금의 삶에서

과연 아이가 태어나면 더 얼마나 여유 없는 삶이 이어질까, 심지어 그때 난 일은 계속 할 수 있을까,

일을 하더라도 팀장님 말씀처럼 회사에서도 아이 생각에 발 동동 구르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 내가 뭐하는 짓인가 고민하며 살게 되는건 아닐까,

그게 정말 행복일까,

아이 초등학생 될 때까지만 참으면 된다던데 그 8년의 시간은 안 소중한걸까,

왜 우리는 여유를 놓치며 살아야 하는걸까,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우리도 순응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한국에선 어쩔수 없는 삶이니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니 저 3권의 책을 연달아 읽고난 후였다.

고민이 생기면 책 속으로 도망가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책을 골라 마구 읽고 밑줄치는 그 속에 내 마음이 있고 곱씹어 보면 답이 있을 거란 생각에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두었다.

 

어찌 보면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다,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들이 하나같이 그렇다.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간 이야기,

미국에서 북유럽으로 이민간 가족 이야기,

행복지수 1위 북유럽의 삶에 대한 이야기.

 

이 책들을 읽으며 책에서 말하는 이민자의 삶을 내게 대어보고 있었던 것 같았으니까.

이렇게 살면 행복할까, 그곳에 가면 어떤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무슨 일을 하며 살면 행복할까.

 

닥쳐서 막 읽어댈때는 그래, 나가서 사는것 만이 답이구나. 싶었는데

역시 아무나 이민 가는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그건 엄청난 일이다. 우선 지금 내게 있는 모든 것들을 처분하고 가야한다. 난 그럴 자신이 아직 없다.

책에 파고들던 열기가 식고 나서 다시 책을 읽었다.

전에 들어오던 글귀에 더해 이젠 다른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앞에서 나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결단해야 한다고 썼다. 탈출은 어디인가로 도피하는 행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상 한국 사육장의 외부에는 외국 사육장이 있을 따름이다. 달아나도 가축으로밖에 생존할 수 없다. 언어와 문화가 상이할수록 그렇게 살 확률은 커진다. 그렇다면 진정한 탈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육장 내에서 가축이라는 포박을 풀어내는 데 달려 있다. 사육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사육장의 주인을 쫓아내야 한다. 계나는 반문할 것이다.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게 멋있다는 건 나도 아는데...... 그래서 뭐, 어떻게 해? 다른 동료 톰슨가젤들이랑 연대해서 사자랑 맞짱이라도 떠?" 나는 답변할 것이다.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맞짱뜨자는 게 아니야. 톰슨가젤들이랑 사자랑 연대해서 우리를 부숴버리자는 거지." 이것이 사육장 너머를 지향하는 내가 최종적으로 도출한 방안이다.

- '사육장 너머로': 작품 해설, 허희

 

넘어가봐야 외국 사육장일 뿐일지라도 내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사육장이라면 행복할 것 같은 지금이지만

책을 많이 읽을수록, 한껏 들떴던 내 맘을 정리하면서 분명해지는 것은 한 가지 있다.

적어도 이 곳을 뜨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이 곳이 변화하도록 무언가 하고 싶다는 것.

도망가든지, 아니면 여기를 원하던 곳으로 바꾸든지.

 

사자에게 안잡아먹히면서 같이 연대해서 사육사랑 맞짱뜰 수 있는 배짱부터 키워야 겠지만.

Posted by 문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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