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토너의 일생. 
권선징악 없고 애잔하게 흘러가는 인생.
스토너의 일생이 멋지고 부러웠다. 
역자후기에 따르면 작가는 인터뷰에서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내가 느낀 스토너의 삶도 작가의 생각과 일치했다. 자기 일에서 꾸준히 애정을 느끼며 처음 영문학 수업에서 문득 깨닫게 된 섬세한 감각을 잃지 않는 모습,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모습이 내게는 부럽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서 이런 느낌을 얻고 애정을 느끼며 살지 못할테니까.
역자는 이 소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세월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같은 소설"
이 표현에 대해서도 어떤 느낌인지는 공감이 된다. 잔잔하다면 잔잔한 삶을 살아온 스토너에게 삶의 굴곡에 크게 저항하거나 맞서지 않고 굴곡을 순응하며 넘어온 '누이'의 이미지를 느꼈을 것이고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는 모습이 거울 앞에 선 모습 같다고 말한 것 아닐까. 이 표현에는 마치 굴곡에 순응하고 딱히 악인(?)들에게 저항하거나 통쾌하게 복수해주지 못한 스토너에 대한 역자의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소설 초반을 읽을 때는 나도 스토너라는 사람의 미성숙함에서 나오는 어리숙함과 약간은 떨어져보이는 사회성이 안쓰러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스토너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자신의 일에 애정을 느끼고 딸에게서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느끼는 스토너가 부러워졌다. 스토너와 사랑에 빠지는 캐서린에 된 기분이랄까. 캐서린이 결국 그를 떠났음에도 그녀의 책에 스토너의 이름을 남기며 마음을 표현한 애정이 그들의 사랑이 서로를 얼마나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 같아서 마음 따뜻해지고 동시에 부러워졌다.
스토너를 읽고 나니 더욱 스톤 다이어리가 읽고싶어진다. 

Posted by 문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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